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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병정
최 운 형


<장난감병정>

1.
내가 남자래.
좋은 남자래.
멋있는 남자래.
난 장난감병정
그녀의 멋있는 장난감병정
아무래도 좋아.
난 다시 자신감을 얻었고
남자답게 걸을 수 있어.
그녀를 위해서라면.

2.
넌 진짜 멋있는 남자야.
세상은 널 루저라 말하지만
그건 미친 세상이 말하는 쌍놈의 소리
내 눈엔 네가 상 남자.
내 엄지 척을 받고 힘을 내.
우리 같이 세상을 바꿔야지.
이 미친 세상을 뒤집어 보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곳으로.

3.
아름다운 그녀가 날 필요로 해.
난 남자니까.
상 남자니까.
날 루저라 말하는 이 세상을 뒤집어 볼 거야.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곳으로.

4.
근데 가슴 큰 문어를 본 적이 있니?
옆집 여자.
저 큰 가슴으로 얼마나 많은 남자들에게 젖을 물릴까?
아마도 사람의 탈을 쓴 문어일 거야.
내 눈을 속일 순 없지.
가슴 큰 문어임이 분명해.
인류를 위협하게 될 거야.
남자 씨를 말릴 거라구.

5.
나는 그녀의 장난감병정
“인류를 위협할 문어가 나타났다.”
“가슴 큰 문어가 나타났다.”
지구를 지키는 건 나의 임무
정의의 칼을 휘둘러 지구를 지켜 내리라.
이건 비상사태
이건 비상사태.

“옆집 여자는 문어래요.”
“가슴 큰 문어래요.”
“접근 금지요.”
“접근 금지요.”

6.
난 멋있는 남자
능력 있는 남자
아무도 옆집엔 얼씬거리지 않아.
문어는 결국 외로움에 떨며 말라죽게 될 거야.

난 멋있는 남자
능력 있는 남자
난 다시 태어난 거야.
새로운 남자로 다시 태어난 거야.
날 루저라 말하는 세상을 뒤집어 볼 거야.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곳으로.

그녀를 위해서라면.



<꿈속에서>

1
걷고 걷고 또 걷고
한참을 걸어야해.
걷고 걷고 또 걷고
한참을 더 걸어야해.
걷고 걷고 또 걷고
사십년을 걸었지 아마.
다리는 길들여졌으나
뇌가 무거워.
앉고 싶고
눕고 싶고
누우면 걷고 싶고
걸으면 눕고 싶고
앉으면
내가 걷고 싶은 거니
아님
눕고 싶은 거니?

2.
누런 섬이 보여
그리고 난 수영을 해.
다가가려 하면
멀어지고
다가가려 하면
멀어지고
난 항상 그 자리에서
수영을 해.
힘이 떨어질 때도 됐는데
난 항상 그 자리에서~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난 섬에 닿게 될까
아님
가라앉게 될까?

죽을 힘을 다해서 섬에 겨우 닿았는데
모든 게 꿈이었고
내 역사에 과로사로 기록되는 
그런 결말은 싫은데.

인어공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3.
몸이 무거워
머리가 무겁고
몸이 무거워
생각은 떠 있는데
머리가 무거워
몸을 벗어던지면
생각은 날 수 있을 것 같아
가벼운 몸을 가졌으면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
이게 다 몸 때문이야
무거운 몸 때문이야
못생기고 무거운 몸 때문이야.



<묵언수행>

1.
A:
난 예술가야.
자유로운 영혼이라구.
여자 데리고 놀고 그렇게 사는 거야.
내 사랑 춘향이
넌 진짜 이뻐
내가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
야!
자기야!
넌 너무 도도해.
내가 여자면 나랑 좀 즐겨 주겠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
남자 안 만나 봤니?
알거 다 알면서.
호박씨 까는 년
귀여워.
인생 별 거 있어?
즐기다가 가는 거지.
안 그러냐 춘향아?

2.
B:
너의 그 유치찬란한 주둥아리는
밥 쳐 먹을 때만 쓰면 안 되겠니?

3.
A:
자기야 무서워.
무섭게 구는 것도 귀여워.
자기는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지구를 위해서 멍 때리는 거야?
흐흐.
재미없어.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인생을 왜 살어?

4.
B:
글쎄~
앞으론 너 같은 주둥아리 묻어 버리는 일을 해야겠어.
1%의 인간들을 위해서.

왜?
1%도 안 될 것 같니?

5.
A:
응.
0.00001%



<자신에겐 관대한 나팔소리>

1.
뿡뿡~
뿡뿡~
뿡뿡~
뿌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