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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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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줄 수 있는 일
최 운 형


1.
음악을 들어봐
글을 써봐
그리고
스텝을 밟아봐
하나 둘 하나 둘
그러면 내일이 올 거야.

요리를 해봐
집 안을 맛있는 냄새로 가득 채워봐
그리고
와인을 마셔봐
그러면 내일이 올 거야.

세상엔 그렇게 고마워 할 일도 없는 것 같아.
하나 둘 하나 둘 스텝을 밟아봐.

방귀뀌고 똥 싸는 인간이야.
크게 소리 내어 웃어봐
미친년처럼
그러면 내일이 올 거야.

그 년이 네 팔꿈치가 네모라는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니니?
반응하지 마
같이 유치해 질 필요는 없잖니?

대신 믹서기에 썪은 바나나랑 같이 넣고 갈아버려
에끼 이년!

2.
내가 부럽대
난 매일 이렇게 잠 들 시간을 기다리는데
내가 부럽대.

여보세요.
뒤통수를 치다니요?
난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데.
앞통수를 치는 것 이지요.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살아.
가끔은 뇌가 있음을 보여주는 게 좋은 방패가 되는 세상이야.
그게 좋은 뇌라면 그 놈은 깜짝 놀랄 거야.

‘사기꾼 같은 년. 사차원 저능아 인 줄 알았는데 뇌가 있었어.’

부처 앞에서만 부처가 되자.
중생들 앞에서는 그냥 중생이면 된다.
그게 건강한 소통이며 약 없이 사는 길이지.

내가 부럽대
우리 미세스 엘은 이런 내가 부럽대.
세상은 안 공평한 듯 공평하지.
그러니 소리 내어 웃어봐
미친년처럼.

3.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야.
하지만 이해심이 화를 부르는 세상이야.
너무 착하면 벌을 받아요.

화났음을 표현해.
설령 그게 유치한 일이라 할지라도.
“너의 탓이오.”

세상엔 그렇게 착한 사람도 없고 그렇게 나쁜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천사부터 사이코까지 백 등급의 인간들이 있더라구.
그러니 가끔은 너의 뇌를 보여줘.
“나에게도 뇌가 있어요.”

“착하다”는 말엔 “계속 나에게 착하게 굴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을 때가 많았던 것 같아.
착하다는 말에 속아 너무 희생하지 마.
“넌 착하지 않아.”

4.
사람을 자기가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어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의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 카테고리일 텐데,
그렇게 파악이 되어야 안심을 하는 것 같더라구.
자기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가졌다 판단되면 그럴 땐 얼른 도망가야 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카테고리에 분류되어 불합리한 일들을 당할 수가 있거든.
태풍을 몰고 올 지도 모르는 일.

나에게 호의를 베풀겠다 말하는 사람한테 뭘 받아 본 기억은 없어.
그건 “날 잘 모셔.”라는 못된 마음에서 나온 말 일 때가 많았던 것 같아.
그런 얄팍한 사람들을 만나면 “너 자신에게나 호의를 베풀며 살아.”라고 말해줘.

그냥 묵묵히 자기 길을 가다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
근데 인생에 있어서 그 좋은 날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라는 말이 요즘은 더 와 닿는 것 같아.

이루지 못해도 괜찮아.
우리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데서 다 똑같은 인간인거야.
“내가 네 걱정을 한다”는 느끼한 얼굴을 만나면
“당신 페니스나 걱정하세요.”라고 말해줘.
그러면 그 놈은 네가 좋은 뇌를 가졌음에 깜짝 놀랄 거야.

사랑?
글쎄.
그런 싹수없음이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