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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밝혀 줄 촛대>

1.
오른쪽으로 돌거라
왼쪽으로 돌거라
고개를 들라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다 알아 줄거다.

참으라
인내하라
나에게 감동을 주거라.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다 알아 줄거다.

눈을 감으라
귀를 막으라
입을 닫으라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다 알아 줄거다.

나에게 잘 하거라
내 패밀리도 챙기거라
내 애완견을 사랑하거라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다 알아 줄거다.

오른쪽 힙을 들라
왼쪽 힙을 들라
엉덩이를 돌리거라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다 알아 줄거다.


<오~ 진상>

1.
A:
오~ 예술
너희가 예술을 알아?

오~ 고독
너희가 고독을 알아?

오~ 여자
너희가 여자를 알아?


2.
B:
내가 여자다 이 진상아.



<어느 꼭두각시의 인형극>

1.
발을 움직여.
아니 왼발
왼발을 움직여야지
그래 손가락은?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을 움직여봐
그렇지
그리고 웃어봐
이번엔 손을 흔들어야지
인사를 해봐.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거야.
정수리가 땅에 닿을 듯 공손하게
그렇게 하는 거야.

2.
고개를 흔들어봐.
더 세게 흔들어봐.
다리를 올려봐.
그리고 발가락을 움직여봐.
아니 발가락이라니까
그래 그렇게
그렇게 하는 거야.
웃어.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웃어야지.

3.
이럴 땐 소리를 지르는 거야.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봐.
미친 듯이.
그리고 다리를 굴려.
더 세게
더 세게
미친 듯이 굴려봐.
더 세게
더 미친 듯이.

4.
웃지마 이 썅년아.
죽은 듯 엎드려 있어.
움직여선 안 돼.
그냥 그렇게
계속 그렇게
쥐죽은 듯 조용히
그렇게 있는 거야.
리듬을 타면서
쥐죽은 듯 조용히
그렇게 있는 거야.



<나에게 오면>

1.
나에게 오면 양말을 빨아줄게.
그때까진 느끼한 양말을 신어야 할 거야.
내가 네 양말에 버터를 발라 놓을 테니까.

2.
나에게 오면 머리를 감겨줄게.
그때까진 뒤엉킨 머리털을 이고 다녀야 할 거야.
내가 네 머리에 밥풀을 발라 놓을 테니까.

3.
나에게 오면 쌀밥을 지어줄게.
그때까진 콩밥을 먹어야 할 거야.
내가 매일 아침 콩밥을 지어먹일 테니까.

4.
나에게 오면 마술을 풀어줄게.
그때까진 개미로 살아야 할 거야.
내가 말 많은 옆집여자가 듣도록 벽에 대고 속삭여 줄 테니까.
“개미다. 개미다. 건드리지 마. 그녀는 개미굴에 사는 개미다.”